보건관리자 업무 범위, 어디까지가 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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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핵심
- 1법이 정한 업무 14가지 중 8개는 보좌 및 지도·조언입니다. 판단은 내 일, 집행은 사업주의 일
- 2자격과 무관하게 무조건 내 일인 건 기록 하나입니다(13호)
- 3겸직이면 연 585시간(위험업종 702시간) 이상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보건관리자로 발령이 나면 그날부터 “보건 쪽은 알아서 해주세요”가 됩니다.
몇 달 지나면 화학물질 대장, 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 위원회 회의록,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까지 책상에 올라옵니다. 어디까지가 내 일인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채로요.
법이 정한 업무는 열네 가지입니다. 실제로 읽어보면 흔히 생각하는 것과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열네 개 중 여덟 개는 “조언”이다
업무 목록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에 있습니다. 조문마다 같은 꼬리말이 붙습니다.
3. 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에 관한 보좌 및 지도·조언
4. 법 제110조에 따라 작성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게시 또는 비치에 관한 보좌 및 지도·조언
12. 법 또는 법에 따른 명령으로 정한 보건에 관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보좌 및 지도·조언
조문을 성격별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 성격 | 해당 호 | 내 역할 |
|---|---|---|
| 보좌 및 지도·조언 | 2호 보호구 적격품 선정, 3호 위험성평가, 4호 MSDS 게시, 6호 보건교육계획, 8호 환기장치 점검·작업방법 개선, 10호 산업재해 원인조사, 11호 산업재해 통계, 12호 법령상 조치의 이행 | 판단하고 조언 |
| 사실상 같은 성격 | 9호 사업장 순회점검, 지도 및 조치 건의 | 점검하고 건의 |
| 자격에 따라 갈림 | 5호 산업보건의 직무(의사), 7호 의료행위(의사·간호사) | 자격이 있을 때만 |
| 무조건 내 일 | 13호 업무수행 내용의 기록·유지 | 직접 |
왜 “조언”인가
보건관리자의 정의에 답이 있습니다.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업무 중 보건에 관한 기술적 사항을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사업장 보건을 총괄
관리감독자
현장에서 실제로 조치
환기장치를 고쳐야 한다고 판단하는 건 내 일입니다. 예산을 세워 고치는 건 내 일이 아닙니다.
반대로 말하면, 조언했는데 반영되지 않은 것과 조언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그래서 13호가 중요해집니다.
자격과 무관하게 무조건 내 일인 것은 하나
13. 업무수행 내용의 기록·유지
조건이 붙지 않고, 남에게 넘길 수도 없고, 자격에 따라 갈리지도 않는 유일한 항목입니다.
권한이 없는 자리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기록뿐입니다.
점검에서 묻는 것
사고가 났을 때, 감독관이 왔을 때 확인하는 건 “알았나”가 아니라 “알았다면 무엇을 했나”입니다.
1단계
순회점검에서 발견
무엇을, 어디서
2단계
조치 건의
언제, 누구에게
3단계
회신 내용
반영 여부와 이유
이 세 줄이 남아 있으면 조언한 사실이 증명됩니다. 없으면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내가 직접 해도 되는 일은 자격에 따라 갈린다
두 항목에는 “~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괄호가 붙습니다. 별표 6 제2호는 의사, 제3호는 간호사입니다.
5. 제31조제1항에 따른 산업보건의의 직무(보건관리자가 별표 6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인 경우로 한정한다)
7.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음 각 목의 조치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보건관리자가 별표 6 제2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가. 자주 발생하는 가벼운 부상에 대한 치료
나.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람에 대한 처치
다. 부상·질병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처치
라. 건강진단 결과 발견된 질병자의 요양지도 및 관리
마.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의료행위에 따르는 의약품의 투여
| 보건관리자 자격 | 5호 산업보건의 직무 | 7호 의료행위 |
|---|---|---|
| 의사 | ○ | ○ |
| 간호사 | × | ○ |
| 산업위생관리산업기사, 대기환경산업기사 등 | × | × |
상비약을 나눠주는 일이 여기 걸립니다. 관행으로 해오던 사업장이 꽤 있지만, 조항이 자격을 명시적으로 제한합니다.
현실적인 대응 두 가지
- 의약품은 근로자가 스스로 꺼내 쓰는 상비함으로 두고, 투여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 처치가 필요할 때 산업보건의나 근로자건강센터로 연결하는 경로를 미리 정해 둡니다
어느 쪽이든 “누가 판단하는지”를 문서에 적어두면 나중에 곤란해지지 않습니다.
겸직이라면 시간을 보장받아야 한다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이면 보건관리자가 다른 업무를 겸할 수 있습니다. 대신 고시가 연간 최소 업무 수행시간을 정합니다.
이 시간이 어디서 나왔고 어떻게 확보하고 기록하는지는 겸직 보건관리자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사업주가 갖춰줘야 하는 것 — 예산과 건강관리실
같은 조 제3항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보건관리자가 아니라 사업주의 의무입니다.
뒷문장의 “고용노동부령”은 시행규칙 제14조입니다. 의사나 간호사가 보건관리자면 건강관리실을 갖춰야 합니다.
- 근로자가 쉽게 찾을 수 있고 통풍과 채광이 잘되는 곳
- 건강관리 업무 수행에 적합한 면적
- 상담실·처치실·양호실
- 상하수도 설비, 침대, 냉난방시설, 외부 연락용 직통전화, 구급용구
창고 옆 파티션 안쪽 책상 하나를 건강관리실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문과 맞춰보면 빠진 항목이 여럿입니다.
개선을 요청할 때 이 목록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항목마다 근거가 있으니까요.
중대재해처벌법 총괄은 보건관리자의 일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이 업무가 보건관리자에게 넘어오는 사업장이 많아졌습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이걸 권하지 않습니다.
보건관리자는 산안법상 직무를 먼저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사업장 전체 총괄까지 얹으면 둘 다 충실히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뉴얼은 별도 인력으로 구성하라고 권고합니다.
인력을 늘리기 어려우면 역할 구분만이라도 문서로 남기세요. 총괄은 누가, 보건관리자는 무엇을 보좌하는지 안전보건관리규정에 한 줄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근거가 됩니다.
정리하면
| 구분 | 누구의 일 |
|---|---|
| 판단하고 조언하기 | 보건관리자 |
| 결정하고 집행하기 | 사업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
| 직접 손대는 범위 | 내 자격이 정함 |
| 조언한 사실 남기기 | 보건관리자 (유일하게 완전히 통제 가능) |
업무 범위를 아는 건 일을 줄이려는 게 아닙니다. 권한 없이 책임만 지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그 경계는 조문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이 글은 산업보건 담당자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참고 자료입니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니 시행 중인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해주세요.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고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