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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표를 받았다, 이 4단계가 뭘 뜻하나

· 8분 분량 · 뇌심혈관 · 위험도평가 · H-200

11월쯤 검진기관에서 파일이 옵니다. 열어보면 이름 옆에 저위험군, 중등도위험군, 고위험군, 최고위험군이 적혀 있죠. 200명이면 200줄. 이 네 글자가 뭘 뜻하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그다음에 할 일이 정해집니다.

등급은 병명이 아니라 확률입니다

고위험군이라고 적혀 있어도 “지금 병이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뇌·심혈관 질환이 생길 확률을 구간으로 끊어놓은 겁니다.

저위험군10년 내 1% 미만
중등도위험군1% 이상 5% 미만
고위험군5% 이상 10% 미만
최고위험군10% 이상

그래서 “고위험군 41명”을 보고서에 “유질환자 41명”으로 옮겨 쓰면 틀립니다. 41명은 앞으로 관리할 사람이고, 지금 아픈 사람이 아닙니다. 이 구분이 흐려지면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낙인이 갑니다. 사내에 숫자를 공유할 때 특히 조심할 부분이에요.

이 등급은 우리가 다시 계산할 수 없습니다

확률을 뽑을 때 들어가는 정보가 검진 결과표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서요. 지침의 예측 모형은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혈압, 고혈압약 복용 여부, 공복혈당, 당뇨약 복용 여부, 총콜레스테롤, 신장기능(eGFR·요단백), 흡연, 신체활동을 각각 상대위험도로 바꿔서 합산합니다. 흡연과 신체활동은 설문으로 받는 항목이고, 사업장이 받아 든 결과표에는 보통 없죠.

그러니 판정 칸이 비어 있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으로 두는 게 맞습니다. 수치를 보고 등급을 역산해서 채워 넣으면 그 순간부터 그 숫자는 근거가 없어집니다. 채워야 한다면 검진기관에 다시 요청하는 쪽입니다.

자주 틀리는 곳
지침에는 두 갈래 평가가 나옵니다. 종합조사표로 하는 평가와, 일반건강검진의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평가 결과로 대신하는 방법이요. 두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높은 군을 그 근로자의 위험도로 결정합니다. 낮은 쪽을 택하지 않습니다.

하나 더. 당뇨병이 있는 근로자는 혈압이 1도 고혈압(140/90 mmHg)에 못 미쳐도 고위험군 이상으로 분류합니다. 혈압 수치만 훑어보고 “이 사람은 왜 고위험군이지” 싶을 때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H-200은 법이 아니라 지침입니다

여기서 한 번 정리해둘 게 있습니다. “이거 안 하면 처벌받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오는데, 답이 항목마다 다릅니다.

  • 일반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할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의무입니다.
  • 뇌심혈관 발병위험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사후관리를 어떻게 나눌지는 KOSHA GUIDE H-200-2018이 정한 권고 지침입니다. 지침 스스로 안전보건규칙 제669조(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와 관련하여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침이라서 안 해도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점검에서는 사후관리를 어떻게 했는지를 확인하고, 지침은 그때 “무엇을 했나”를 설명하는 기준이 됩니다. 다만 “지침 위반” 처벌 조항을 찾으려 하면 못 찾습니다. 이 구조를 알고 있어야 위에 보고할 때 말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평가를 했으면 결과를 문서로 통지해야 합니다. 지침 8항입니다. 구두로 알려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통지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설명할 근거가 없어집니다.

고위험군 이상은 의사가 반드시 봐야 합니다

고위험군과 최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의사인 보건관리자 또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에게 업무적합성 평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권고가 아니라 지침이 “받아야만 한다”고 적어둔 항목이에요. 보건관리자가 간호사나 산업위생관리기사라면 여기서 손을 떼고 넘겨야 합니다.

의사인 보건관리자가 없는 사업장이 대부분이죠. 지침은 그 경우를 따로 다룹니다. 보건관리전문기관의 의사,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근로자건강센터나 특수검진기관의 의사, 산업보건의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사후관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의뢰하도록 권장합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먼저 알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표11에 걸리면 평가가 한 단계 더 갑니다

지침 10.2는 고위험군 또는 최고위험군이 아래 업무에 종사하면 정밀 업무적합성 평가를 실시한다고 정합니다. 최고위험군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이걸 최고위험군 조건으로 잘못 알고 있었어요.

  • 주당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 고정적인 야간작업
  • 정신적·심리적 부담이 큰 업무(공공의 안전을 책임지거나, 실수가 타인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업무)
  • 힘이 많이 드는 중노동을 연속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
  • 부정맥이 있을 때의 운전작업, 고소작업
  •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거나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 유해한 작업환경: 고열·한랭 작업, 과도한 소음, 갱내작업처럼 산소가 부족한 곳, 순환기계장해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이황화탄소, 염화탄화수소류, 니트로글리세린, 메틸렌클로라이드, 일산화탄소 등)

지침은 이 목록에 하나 걸린다고 기계적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덧붙입니다. 노출 수준과 업무 강도, 순환기계장해의 정도를 함께 봐야 한다고요.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판단이 아니라, 이 목록에 해당하는 업무가 있는지 정리해서 의사에게 같이 넘기는 것입니다.

판정불가가 많이 뜬다면

판정 칸을 못 읽었을 때 뜨는 값입니다. 칸 이름이 다르거나 값이 비어 있으면 그렇게 됩니다. 중요한 건 판정불가가 비율 계산에서 빠진다는 점입니다. 200명 중 40명이 판정불가면, 화면에 보이는 고위험군 비율은 160명을 기준으로 계산된 숫자예요.

분모를 먼저 확인하세요. 이게 어긋나면 뒤의 모든 숫자가 조용히 틀어집니다.

표를 열었을 때 볼 순서

  1. 판정 칸이 다 채워졌는지. 판정불가가 몇 명인지
  2. 고위험군·최고위험군이 몇 명인지. 이 명단이 업무적합성 평가로 넘길 대상입니다
  3. 그중 표11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는지. 있으면 정밀 평가 대상으로 표시
  4. 평가를 맡길 의사가 정해졌는지. 없으면 근로자건강센터부터
  5. 나머지 등급은 사후관리 축으로 배분. 이건 다음 글에서 다룹니다
OHM-OS에서는 평가표 엑셀을 올리면 등급별 인원과 판정불가 수를 먼저 표로 보여주고, 업무적합성 평가 대상자 명단을 엑셀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등급은 시스템이 계산하지 않고 파일에 적힌 판정을 그대로 집계합니다. 예시 화면 둘러보기

이 글은 산업보건 담당자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참고 자료입니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니 시행 중인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해주세요.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고치겠습니다.